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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104)

  • [영화] 인턴: 다정함은 일을 멈추게 하지 않고 숨을 고르게 한다

    낸시 마이어스 | 2015.09.24 개봉 | 코미디·드라마 | 121분 영화 리뷰에 앞서 한국판 인턴이 나온다고 하기도 하고 프라다 시즌 2와 오디세이로 인해서 앤 해서웨이가 너무나 유명해졌고 오랜만에 '인턴'을 다시 보았다. 유명하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인턴'을 보기 전에는 그저 기분 좋게 웃고 끝나는 직장 코미디일 거라고 생각했다. 로버트 드 니로와 앤 해서웨이가 나오는 것은 반가웠지만, 세대 차이를 너무 쉽게 훈훈하게 포장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 인턴 줄거리는 은퇴 후 무료한 시간을 견디지 못하던 벤이 패션 쇼핑몰의 시니어 인턴으로 들어가, 회사 대표 줄스와 일상을 나누게 되는 이야기다. 나는 이 영화가 일 잘하는 법보다 지친 사람에게 어떤 거리가 필요한지를 더 조용히 붙든다고 느꼈다...

    2026.08.18
  • [영화] 국제시장: 책임은 한 사람의 시간을 얼마나 오래 붙잡을까

    윤제균 | 2014.12.17 개봉 | 드라마 | 126분 영화 리뷰에 앞서배우 조합 때문에 '국제시장'을 보기 전에는 황정민이 덕수의 시간을 어디까지 설득력 있게 끌고 갈지 궁금했다. 큰 시대를 다루는 영화가 감정만 앞세우지 않을지 기대와 걱정이 함께 있었고, 아래에는 결말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다. 나는 국제시장을 시대의 비극보다, 자기 몫을 내려놓지 못한 아버지의 생활 기록으로 봤다. 국제시장은 흥남철수 때 아버지와 헤어진 덕수가 가족을 지키기 위해 긴 시간을 건너는 이야기다. 내게 이 영화는 역사의 사건보다 덕수가 매번 자기 차례를 뒤로 미루는 순간들에서 더 선명했다. 피난길에서 시작된 오래된 약속덕수가 동생 손을 붙잡고 피난선을 향해 뛰는 초반, 나는 그가 아버지의 말을 듣는 표정을 오..

    2026.08.17
  • [영화] 파묘: 공포는 귀신보다 먼저 자기 확신을 흔든다

    장재현 | 2024.02.22 개봉 | 공포 | 134분 영화 리뷰에 앞서유명하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오히려 '파묘'를 보기 전에는 흥행을 만든 장면이 무엇인지부터 궁금했다. 무속을 다루는 영화가 설명으로 무거워질까 봐 살짝 걱정도 있었는데, 장재현 감독이 그 절차를 어떤 리듬으로 끌고 갈지 기대가 더 컸다. 아래에는 결말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다. 나는 파묘를 귀신을 이기는 이야기보다, 자기 판단을 믿던 사람들이 땅 앞에서 확신을 잃는 이야기로 봤다. 파묘 결말을 다시 떠올리면 처음부터 무덤이 무서웠던 게 아니라, 다들 자기 경험을 믿고 현장에 들어섰다는 사실이 먼저 남는다. 이 영화가 공포를 서두르지 않고 사람들의 자신감부터 건드린 방식이었다. 첫 삽이 닿은 땅의 기척화림이 의식을 시작하는 ..

    2026.08.16
  • [영화] 괴물: 가족이 끝까지 움직인 이유

    봉준호 | 2006.07.27 개봉 | SF | 119분 영화 리뷰에 앞서봉준호 감독 때문에 '괴물'을 다시 봤을 때는 괴수 장면보다 한강 둔치의 가족이 어떤 리듬으로 흔들렸는지가 더 궁금했다. 유명한 영화라 이미 안다고 생각하기 쉬웠지만, 아래에는 결말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다. 나는 괴물을 괴수를 물리치는 영화보다, 누구도 대신 책임지지 않는 순간 가족이 자기 방식으로 움직이는 이야기로 봤다.괴물 줄거리는 한강에 나타난 괴물이 현서를 데려간 뒤 강두 가족이 아이를 찾으러 나서는 이야기다. 내게 이 영화의 공포는 괴물의 이빨보다 도움을 청할 곳이 있어도 아무도 책임을 확실히 지지 않는 데 있었다. 한강 둔치에서 어긋난 첫 판단괴물이 둔치로 뛰어드는 초반, 사람들은 처음엔 장난처럼 그것을 바라본..

    2026.08.15
  • [영화] 베테랑: 정의는 거창한 말보다 끝까지 손을 놓지 않는 데서 시작된다

    류승완 | 2015.08.05 개봉 | 액션 | 123분 영화 리뷰에 앞서유명하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베테랑'은 통쾌한 대사와 추격 장면으로 기억될 영화라고 생각했다. 황정민과 유아인이 맞붙는 구도가 얼마나 팽팽할지 기대하면서도, 너무 쉽게 분노를 풀어 주는 영화가 아닐지 살짝 궁금했다. 아래에는 결말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다. 나는 베테랑을 악인을 잡는 수사극보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으려는 일을 끝까지 붙드는 사람의 이야기로 봤다. 베테랑 줄거리는 광역수사대 형사 서도철이 재벌 3세 조태오와 얽힌 사건을 파고드는 데서 시작한다. 쿠키 영상은 없고, OTT 편성은 바뀔 수 있어 시청 전 다시 확인하는 편이 낫다. 흥행 기록이 먼저 떠오르는 작품이지만, 내게는 액션의 시원함보다 한 사건을 너무 ..

    2026.08.14
  • [영화] 마션: 살아남는 일은 거대한 결심보다 오늘을 다시 꾸리는 일에 가깝다

    리들리 스콧 | 2015.10.08 개봉 | SF | 141분 영화 리뷰에 앞서제목을 처음 봤을 때는 화성에서 홀로 버티는 영화라 당연히 무겁고 차가울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맷 데이먼이 그 상황을 어떤 표정으로 통과할지 궁금했고, 리들리 스콧이 우주를 다시 얼마나 선명하게 만들지도 기대됐다. 아래에는 결말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다. 마션 줄거리는 탐사 중 사고로 화성에 혼자 남은 와트니가 지구와의 거리를 견디며 귀환 방법을 찾는 데서 출발한다. IMDb 평점 8.0이라는 반응보다 내게 더 또렷한 건, 이 영화가 막막함을 거대한 비명 대신 하루치 할 일로 잘게 나누는 방식이다. 모래밭에 적힌 오늘의 할 일폭풍이 지나간 뒤 와트니가 혼자 남은 기지를 돌아다니는 초반, 나는 화성의 붉은 풍경보다 ..

    2026.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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