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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71)

  • [영화] 미나리가 말하는 가족의 뿌리

    정이삭 | 2021 | 드라마·가족 | 115분 새로운 곳에 자리를 잡는다는 것은 정말 새로운 집을 갖는 일일까, 아니면 낯선 땅에서도 서로를 잃지 않는 일일까. '미나리'는 1980년대 미국 아칸소로 이주한 한인 가족의 삶을 따라간다. 제이콥의 농장과 모니카의 불안, 아이들의 낯선 일상은 한 가족이 꿈을 향해 가는 동안 얼마나 다른 속도로 흔들리는지 보여 준다. 영화는 이민의 성공담보다, 한곳에 뿌리내리기 위해 서로의 시간을 견뎌야 하는 가족의 얼굴을 오래 바라본다.낯선 땅에 뿌리내린 작은 밭의 꿈제이콥이 넓은 땅을 바라보는 장면에는 농장을 성공시키겠다는 계획만 담겨 있지 않다. 그는 가족에게 자신이 선택한 이주가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밭은 생계의 장소이면서도 가장 개인적인 자존..

    2026.08.03
  • [영화] 패터슨이 건네는 느린 하루의 문장

    짐 자무시 | 2017 | 드라마·로맨스 | 118분 매일 비슷한 시간에 일어나 같은 길을 지나는데도, 그 하루가 어제와 다르게 느껴진 적이 있나요? 짐 자무시의 '패터슨'은 뉴저지의 버스 기사 패터슨이 시를 쓰며 보내는 일주일을 따라간다. 쿠키 영상은 없다. 이 영화는 특별한 사건으로 인물을 증명하지 않는다. 대신 반복되는 생활 안에서 우리가 무엇을 듣고, 누구와 나누며, 사라진 것을 어떻게 다시 시작할 수 있는지 조용히 보여 준다. 결말이 남기는 감정도 줄거리의 결론보다, 영화가 붙드는 일상의 감각에서 천천히 드러난다. 버스 창밖에서 시작되는 하루의 시패터슨이 운전하는 버스는 도시를 빠르게 통과하는 수단이 아니라 사람들의 목소리를 모아 두는 작은 방처럼 보인다. 그는 출근길에 아내 로라의 말을 듣고,..

    2026.08.02
  • [영화] 스파이더맨이 고른 새 출발

    데스틴 대니얼 크레턴 | 2026.07.31 개봉 | 액션 | 145분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는 `노 웨이 홈` 이후 4년이 지난 피터 파커를 다룬다. 공식 시놉시스에서 피터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기억에서 스스로를 지운 뒤 홀로 살아가며 뉴욕을 지키는 일에 자신을 바친다. 미국 개봉일은 2026년 7월 31일이고 국가별 개봉일은 다를 수 있다. 쿠키 영상은 공식 확인 전 정보가 없으므로 단정하지 않는다. 당신을 기억해 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그래도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움직일 수 있을까? 이 영화는 거대한 멀티버스 사건의 결과를 한 청년의 일상으로 되돌린다. 세계를 구한 영웅이라는 사실보다, 이름을 잃은 뒤에도 이웃을 위해 손을 내미는 피터 파커의 선택이 중요해진다. 새 출발은 과거를 지우는..

    2026.07.31
  • [영화] 코코가 들려주는 기억의 이름

    당신은 누군가를 기억한다는 일을 어떻게 생각하나요? 사진 한 장을 꺼내 보는 일인지, 그 사람이 좋아하던 노래를 다시 듣는 일인지, 혹은 그 이름을 가족 앞에서 자연스럽게 부르는 일인지 말이다. `코코`는 음악가를 꿈꾸는 미겔이 조상의 세계로 들어가는 판타지 애니메이션이지만, 더 깊이 보면 떠난 사람을 어떤 방식으로 현재에 남겨 둘 것인가에 관한 영화다. 영화는 죽음을 끝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누군가가 기억 속에서 사라지는 순간이야말로 가장 깊은 이별일 수 있다고 말한다.쿠키 영상은 없으며, 영화의 중심 배경은 멕시코의 죽은 자의 날이다. 하지만 `코코 죽은 자의 날`은 공포나 기괴함을 소비하는 장치가 아니다. 가족이 제단에 사진과 음식을 올리고, 떠난 사람의 이야기를 나누며 다시 만나는 시간이다. 그래..

    2026.07.30
  • [영화] 나홍진 감독의 호프, 낯선 공포가 남긴 질문

    감독 나홍진 | 2026.07.15 개봉 | SF, 스릴러, 액션 | 156분 낯선 존재 앞에서 사람들은 왜 서로를 먼저 의심할까 호프의 시작은 거대한 재난이 아니라 설명되지 않는 흔적이다. 평범했던 마을에 낯선 사건이 끼어들고, 인물들은 그 원인을 알기 전에 이미 각자의 두려움대로 움직인다. 나는 이 부분이 나홍진 영화답다고 느껴졌다. 위험의 정체를 빨리 보여 주기보다, 모르는 상태가 사람을 얼마나 쉽게 공격적으로 만드는지 오래 붙든다. 누군가의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판단할 근거가 없을 때 사람은 왜 더 차분해지지 못할까. 영화는 그 질문을 사건의 규모보다 먼저 던진다. 그래서 호프 줄거리를 괴수나 SF의 문법만으로 정리하면 조금 아쉽다. 이 작품에서 낯선 존재는 공포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서로를 낯선 ..

    2026.07.30
  • [영화] 오디세이, 귀환이 남긴 깊은 질문

    크리스토퍼 놀란 | 2026 | 신화 액션·드라마 | 173분 오디세이는 호메로스의 서사시를 현대의 대형 스크린으로 옮긴 크리스토퍼 놀란의 신화 서사다. 맷 데이먼이 오디세우스를, 앤 해서웨이가 페넬로페를, 톰 홀랜드가 텔레마코스를 연기한다. 전편은 IMAX 카메라로 촬영됐으며 러닝타임은 173분 23초다. 쿠키 영상은 없다. 당신에게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단지 출발했던 장소가 남아 있다는 뜻일까, 아니면 그곳에서 나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는 뜻일까. 오디세이는 전쟁을 끝낸 영웅이 고향으로 향하는 이야기지만, 영웅이 된 뒤에도 한 사람은 자신의 과거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영화가 오래 붙드는 것은 괴물과 폭풍의 위용보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서 끝없이 흔들리는 한..

    2026.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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