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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39)

  • [영화] 그녀, 그녀가 남긴 사랑의 거리

    스파이크 존즈 | 2013 | SF·로맨스 | 126분 영화 리뷰를 시작하기 전이 영화 그녀를 AI와 인간의 사랑이라는 설정으로만 보면 오히려 가장 중요한 감정이 빠진다는 점이다. 내가 이 영화를 다시 보게 되는 이유도 사만다가 얼마나 인간 같았는지보다, 테오도르가 누군가에게 이해받고 싶어 하면서도 동시에 그 사람이 변해 가는 속도는 감당하지 못하는 모습이 너무 익숙하게 남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글은 미래 기술의 신기함보다, 사랑이 내 외로움을 채워 주는 일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결국 상대의 변화를 받아들이는 일까지 포함하는지에 더 가까이 가 보려 한다. 목소리만으로 가까워진 두 사람의 시간그녀가 이상할 만큼 설득력 있는 건 테오도르와 사만다가 실제로 만지지 못하는 사이인데도, 둘 사이의 공기가 너무 ..

    2026.08.11
  • [영화] 헤어질 결심이 남긴 거리의 언어

    박찬욱 | 2022 | 로맨스·미스터리·드라마 | 138분 영화 리뷰에 앞서박찬욱 감독의 멜로라는 말만으로도 보기 전부터 이상하게 기대와 긴장이 같이 있었다. 그냥 애절한 사랑 이야기를 만들 사람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고, 탕웨이와 박해일 조합도 감정을 대놓고 터뜨리기보다 오래 눌러 둘 것 같았다. 제목도 묘했다. 헤어지고 나서 결심하는 건지, 헤어지기 위해 결심하는 건지부터 헷갈렸고, 그래서 더 궁금했다. 아래 글에는 결말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다.나는 `헤어질 결심`을 사랑을 고백하지 못한 이야기라기보다, 각자 다른 방식으로 사랑을 숨겨야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로 봤다. 쿠키 영상은 없다. 형사 해준이 사망 사건의 용의자 서래를 수사하며 의심과 감정 사이에서 흔들리는 줄거리지만, 보고 나면 사건..

    2026.08.10
  • [영화] 셔터 아일랜드가 남긴 기억의 안개

    마틴 스콜세지 | 2010 | 미스터리·스릴러 | 138분 안개 낀 섬에 갇힌 기억과 의심의 시작배에서 내린 테디는 처음부터 수사하러 온 사람처럼만 보이지 않는다. 멀미 때문에 힘든 얼굴이라고 넘길 수도 있는데, 눈빛이 이상하게 굳어 있다. 선착장에 닿자마자 총을 맡기고, 철문을 지나고, 직원들의 안내를 따라 병원 안으로 들어가는 과정도 묘하게 거꾸로 느껴진다. 외부인이 안으로 들어오는 장면인데, 나는 오히려 원래 이곳에 있어야 할 사람이 잠깐 밖을 돌다 돌아온 것처럼 보였다. 그 첫 인상이 이 리뷰의 기준이 됐다.그래서 초반의 단서들은 추리의 재료라기보다 테디가 자기 역할을 확인받으려는 장면처럼 읽혔다. 그는 계속 질문하고, 의심하고, 병원 사람들을 몰아붙인다. 그런데 답을 들을수록 사건이 선명해지는 ..

    2026.08.08
  • [영화] 빌리 엘리어트가 찾은 몸의 언어

    스티븐 달드리 | 2000 | 드라마 | 110분 춤으로 먼저 말하기 시작한 소년빌리가 발레 수업에 발을 들이는 순간이 유난히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건, 그 장면이 거창한 재능 발견처럼 연출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처음부터 예술을 꿈꾸던 아이가 아니다. 그냥 복싱장에 있어도 좀처럼 맞지 않는 몸을 가진 아이였고, 우연히 들어간 발레 교실에서 자기 몸이 다르게 반응하는 걸 먼저 느낀다. 복싱할 때는 자꾸만 엇나가던 힘이 춤에서는 이상하게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발을 구르고 뛰어오를 때의 표정에는 잘 보이고 싶다는 욕심보다, 어딘가 막혀 있던 숨통이 처음 트이는 느낌이 더 크게 보인다.집 안의 분위기를 생각하면 그 반응이 더 절실하게 읽힌다. 어머니는 이미 없고, 아버지와 형은 파업과 생계 문제로 잔뜩 날이..

    2026.08.07
  • [영화] 바빌론이 남긴 영화와 욕망의 잔상

    데이미언 셔젤 | 2023 | 드라마·음악·시대극 | 189분 소음으로 시작된 할리우드의 뜨거운 밤바빌론은 찬란한 영화의 시대를 복원하는 작품이 아니라, 산업의 변화가 사람들의 꿈과 몸을 어떻게 소모하는지 바라보는 영화다. 인물들은 성공을 향해 달리지만, 시대의 규칙이 바뀌는 순간 자신이 믿던 재능과 관계까지 다시 증명해야 한다. 바빌론에서 소음으로 시작된 할리우드의 뜨거운 밤은 단순한 장면 설명으로 끝나지 않고, 인물의 감정이 어디에서 흔들리고 무엇을 끝까지 붙잡는지 보여 주는 축처럼 작동한다. 그래서 이 대목을 따라가다 보면 줄거리보다 인물의 태도와 관계의 방향이 더 또렷하게 남는다. 이 영화가 좋은 이유는 정답을 빠르게 내리지 않는 데 있다. 소음으로 시작된 할리우드의 뜨거운 밤이라는 제목 아래 모..

    2026.08.07
  • [영화] 쇼생크 탈출이 남긴 희망의 시간

    프랭크 다라본트 | 1995 | 드라마 | 142분 높은 담장 안에서 지켜 낸 한 사람의 시간쇼생크 탈출은 감옥에서 벗어나는 이야기이지만, 더 깊게는 사람이 자신의 내면을 포기하지 않는 방법을 다룬다. 앤디는 즉시 세상을 바꾸지 못하고 긴 시간 동안 작은 선택을 반복한다. 처음 쇼생크에 들어온 그는 억울한 죄수이자 완전히 낯선 규칙 속에 던져진 사람이다. 누구도 그의 결백을 특별히 궁금해하지 않고, 감옥은 사람을 교정하기보다 순응시키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그 안에서 앤디가 가장 먼저 지키려는 것은 무죄를 증명하는 서류가 아니라 자기 안의 질서를 잃지 않는 태도다. 그는 말 수가 많지 않고 감정을 크게 드러내지도 않지만, 바로 그 침묵 속에서 쉽게 무너지지 않는 버팀목 같은 성격이 보인다. 영화는 그 버팀..

    2026.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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